미국에서 홀로 여행에 온 부인.
이 호텔에 숙박했을 때,
벽에 걸려 있는 한 장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결혼하고 20년.
남편과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초여름 캘리포니아의 기분 좋은 푸른 하늘이 펼쳐지는 오후였다.
3학년의 남편은 대학에서 육상 단거리 선수였다.
그의 미소가 멋졌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런 다음 교제가 시작되어 내가 25세 때 결혼을 하고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남편은 스포츠 의료 시스템 관련 회사의 영업 일을 하고 있으며,
순조롭게 출세해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조용하지만 변함없이 부드러운 남편.
두명의 아이도 태어나 활기차고 온화한 행복한 날들이 지나갔다.
되돌아보면 순식간에 지나간 20년이었다.
아이들도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어 큰 집에는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임원이 된 남편은 해외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남편과 보내지 않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와 남편의 거리는 멀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반드시 기념품을 사온다. 그리고 방문한 나라의 이야기를 해준다.
평소엔 별로 말이 없는 남편이지만 여러 번 방문하고 있는 일본에서의 이야기를 남편은 항상 즐겁게 이야기한다.
일본에서의 식사나 기차를 기다릴 때는 제대로 줄을 서는 것, 일본인의 고요함과 배려가 남편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일본의 기념품은 일본인이 그린 한 장의 그림이었다.
드로잉으로 그려진 고양이의 그림은, 나도 한눈에 반해서 주방의 벽에 걸어 두었다.
변함없는 남편과의 나날.
사실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하지만 한통의 전화가 모든 것을 바꿨다.
회사에서 남편이 쓰러졌다는 전화.
나는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때 남편은 숨을 거두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가.
슬픔은 깊어지고, 나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남편이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경험했는지,
내가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면 그것마저 모두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남편이 방문한 나라, 그 중에서도 가장 즐겁게 이야기했던 일본에 가기로 결정했다.
꼼꼼한 남편은 자신이 숙박한 호텔이나 가게나 관광지 등을
모두 수첩에 적어 두었기 때문에 남편의 궤적을 따라 갈 수 있었다.
와카야마현 시라하마 해안의 새롭게 만들어진 리조트 호텔.
직원은 상냥하고 정중하게 대해 주었다.
사전에 사정을 설명하여 남편이 숙박을 한 방에 묵었다.
방에 들어가 벽에 걸려있는 한 장의 그림을 보았을 때, 그것은 남편이 기념품으로 사온,
부엌에 걸려있는 그림과 같은 화가의 그림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드로잉으로 그려진 여성의 그림이었다.
옆에 놓여 있는 핸드북에 저자의 프로필이 쓰여져 있었고,
그 화가도 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은 이 화가의 그림을 호텔 사람에게 물어, 그의 그림을 기념품으로 사왔다.
분명 아내가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며.
남편은 나를 알고 있었다.
한 장의 그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한 장의 그림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방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알지 못한다.
단지 벽에 걸린 한 장의 그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림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평생의 추억이 담겨있다.
한 장의 그림 이야기